
은퇴 전까지의 금융 상품 선택 기준은 수익성 중심이다. 젊을 때는 일정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산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퇴 이후에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진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자산을 불리는 것’보다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며 꺼내 쓰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즉, 수익률보다는 안정성·현금흐름·세후 실수령액이 더 중요한 요소로 바뀌는 것이다.
은퇴자는 더 이상 정기적인 급여 소득이 없기 때문에, 자산에서 현금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래서 ‘언제든 현금화 가능하고, 손실 위험이 낮으며, 일정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이 필수적이다. 특히 60대 이후에는 건강 악화나 예상치 못한 지출(의료비, 요양비, 자녀 지원 등)에 대응하기 위한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만큼, 자산 전체 중 일부는 반드시 **현금화가 쉬운 상품(예금, 단기채권 등)**으로 배치해야 한다. 결국 은퇴자는 수익률보다는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가 핵심이다.

첫 번째는 연금형 상품이다.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은 기본이고, 추가적으로 **개인연금(IRP, 연금저축펀드 등)**을 운용하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 연금은 매달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는 구조라 생활비에 큰 도움이 되며, 세액공제 혜택도 있어 노후 자산 운용의 핵심이다. 단, 연금 수령 시점과 기간, 방식에 따라 세금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수령 전략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정기예금 및 MMF, CMA 등 단기 유동성 상품이다. 목돈을 안전하게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 쉽게 인출할 수 있는 상품들이다. 금리는 높지 않지만 자산의 ‘안정적 보관’이라는 측면에서 은퇴자에게 꼭 필요한 구성이다. 비상자금 혹은 1~2년 이내의 소비 예정 자금은 이런 상품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세 번째는 배당주 및 채권형 펀드다. 주식형 펀드는 위험이 커 은퇴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배당주나 채권형 상품은 정기적인 수익이 가능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편이다. 특히 배당주 투자 시에는 시세차익보다 ‘배당금 수익’을 주요 목표로 하며, 이를 통해 매달 또는 분기별로 생활비에 활용 가능한 소득을 만들 수 있다. 단, 배당이 확정된 기업인지, 분산투자가 되어 있는지 등의 요소는 꼼꼼히 따져야 한다.
네 번째는 즉시연금 또는 종신연금보험이다. 목돈을 보험사에 맡기고, 계약 즉시 혹은 일정 기간 후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동안 매달 연금을 수령하는 상품이다. 수익률은 낮지만, 예측 가능한 평생 소득이란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특히 70세 이후 장수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소득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금융 상품은 단일 상품 하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특히 은퇴자에게는 여러 금융 상품을 조합해 자신만의 현금흐름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 퇴직연금 + 개인연금의 기본 3단계 연금 구조 위에, 일부 자금을 정기예금으로 보관하고, 여유 자금은 배당주 펀드나 채권형 펀드로 돌리는 방식이다. 여기에 즉시연금형 상품을 추가하면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또한 상품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상황, 목표, 지출 패턴에 맞는지를 보는 것이다. 같은 60세라도 생활비가 필요한 사람과 여행을 즐기고 싶은 사람, 자녀에게 증여를 준비하는 사람의 전략은 모두 다르다. 따라서 금융 상품의 수익률보다 중요한 것은 이 상품이 내 삶과 연결되는 방식이다. 결국 은퇴자의 금융 전략은 ‘투자의 기술’이 아니라 ‘삶을 디자인하는 설계’에 가깝다.
은퇴는 새로운 시작이다. 이 시기를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선 나에게 필요한 현금흐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그 흐름을 책임질 금융 상품을 현명하게 선택하는 일이 필수다. 금융 상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은퇴자의 삶을 지켜주는 방패이자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도구임을 기억하자.